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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한 번도 결혼을 하겠다고 얘기한 적이 없었다. 정말이지 고맙게도 부모님도 그렇고 친척들도 그렇고 결혼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아 명절에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었다. 오히려 친인척도 아닌 어른들이 오지랖을 부리고 싶을 때 얘기가 나오면 "생각이 없어요", "결혼 안 할 거예요", "ㅎㅎㅎ" 정도로 대화를 끝냈던 것 같다.

 

여하튼 그래서 이 책을 읽은 건 아니었다. 현재 하고 있는 독서모임 평균 연령이 45살은 될 것 같지만 결혼하지 않은 분들이 과반수 이상이니 이번 책 선정자 분이 선택한 책이었다. 그 전에도 독서모임에서 비슷한 느낌의 책인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란 책을 읽어서 그것과 비슷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이미 그 책을 보면서 새로운 가족 구성의 형태에 대해서도 봤고, 결혼하지 않고 사는 것에 대한 생각도 오래전부터 해왔기 때문에 사실 이제 별로 궁금한 내용은 아니었다. 또한 저자가 왜 이번 생은 혼자 사는지, 어떻게 혼자 잘 살 것인지도 별로 궁금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독서모임을 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했다. 다행히 책이 두껍지 않았고, 에세이 형태라 읽기는 편했다

 

Part1. 나하나 키우기에도 충분한 삶

읽을 때 공감 많이 했던 부분인데 지금 글을 쓰다 보니 남들에게 내가 결혼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구질하게 얘기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걸까? 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결혼한 사람들보다는 결혼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거나, 결혼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거나, 결혼하지 못 한 사람들이 읽을 것이라고 생각되니 좀 더 타당하고 멋지게 결혼하지 않는 이유를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저자가 적은 이유가 그럴듯한 핑계가 아니고 사실이며 내가 혼자 살기 위한 이유와 비슷하지만 결혼한 사람들은 "핑계도 잘 말하네"라고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굳이 설명을 해야 하는 걸까?"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책 제목이 "이번 생은 나 혼자 산다"이니 작가 자신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쓰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냥 다 읽고 책에 대해서 쓰려다 보니 그냥 우리는 왜 남에 대해서 내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필요한 것일까? 란 생각이 든다. 결혼 왜 안 하냐고 묻는 사람에게는 결국엔 구차하게 들리지만 내 나름에는 그럴듯한 이유를 작가가 알려주는 느낌이랄까..

 

Part2. 외로워도 슬퍼도 홀로 멋지게 사는 법

혼자 지내는 것은 겁나는 일도 많고, 외롭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사는 것이 좋은 이유에 대한 내용이다. 

Part1과 비슷한 기분이 드는 부분이었다.

 

Part3. 지속 가능한 비혼 라이프를 위하여

이 부분이 사실 혼자 살아가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어릴 때만 하더라도 혼자 산다고 하고 늙어서 나 자신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겠다는 생각 때문에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저축도 열심히 했다. 이제 와서 보니 열심히 저축한다고 내 노후의 삶을 윤택하게 보장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 사실 가장 두려웠던 건 "나 죽으면 내 시체 누가 치워 주려나?"였다. 물론 우리 형제가 사이는 미적미적해도 어려운 일도 외면할 정도로 나쁜 사이는 아니기 때문에 정리는 해주겠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형제들이 나보다 먼저 잘 못 되면 어쩌지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요새는 워낙 혼자 사는 분들이 많고 고독사에 대한 뉴스도 종종 나오다 보니 법적으로 안정망이 구축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렇다고 손 놓고 법 생기길 바라는 건 너무 이기적이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부분에 대하여 늘 관심을 지속하고 주변에 이런 상황에 대하여 얘기하고 공유하는 게 아닐까 싶기는 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부록으로 "언어의 프레임이 권력이 된다"란 내용이 있었다. 

나는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이기도 하고 이런 내용은 성별을 떠나서 우리 같이 한번 읽어보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내용 아닌가 싶었다. 요새 같이 성별 대립이 심한 상황에서 이런 내용을 쓴 작가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세상은 이런 용기 있는 분 때문에 조금씩 변해간다고 생각된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이기적인 사람 구나" 싶었다. 나 또한 혼자 살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나 삶에 결정을 내 스스로 하며, 타인의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다. 어릴때는 그냥 단순히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면, 지금은 결혼한 친구들이 자신의 삶이 아닌 자신이 원치 않는 것도 하면서 사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는 살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도 하나의 삶이고 부모님들은 그리고 결혼한 사람들은 그렇게 사는데 나는 내 삶을 타인에게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한 것이니 이기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살면서 타인의 영향을 아예 안 받을 수 없겠지만 최소한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없는 지금의 환경도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추천한다면 결혼하지 않을 그럴듯한 이유를 멋지게 대고 싶은 분들과 혼자 살기로 마음먹고 관련 된 서적을 한번도 읽어보지 않은 분에게 추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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