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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이 마무리되고 엄마의 건강이 좋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절뚝이었지만 나의 다리보다는 엄마가 더 중요했다. 

 

세상 살면서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는게 너무 좋았고 그래서 정말이지 열심히 했었다. 

주변에 소중한 것들이 많았지만 늦게 시작한 만큼 빨리 늘고 싶었고 잘하고 싶단 마음에 정말이지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좋아하고 열정적으로 했다. 그런데 내 열정이 부상과 같이 끊어졌다. 

 

예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었는데 사람이 살면서 '좋아하는 것과 적당한 거리두기'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아마도 아킬레스건이 한번에 그렇게 파열 되진 않았을 것이다. 발 뒤꿈치가 아프기도 했었고 약간씩 증상은 있었겠지만 그 증상이 이렇게 큰 부상으로 올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든간에 우리는 적당한 거리를 잘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나를 위한 일이다.

 

 

한동안 힘들어 하던 내가 내가 테니스를 시작하면서 너무 좋아하니 엄마도 그런 내 모습을 좋아했다. 

주말마다 테니스를 가느라 엄마를 챙기지 못 할 때도 서운할 법도 하지만 내색한 번 하지 않았고,

생일 선물로 준 용돈으로 테니스 장비를 살 때도 열심히 치라고 해줬고, 내가 허튼 소리로 '테니스 국가대표 할거야'라고 해도 엄마는 그러라고 해줬다. 엄마의 건강이 나빠지는 걸 알았지만 외면하고 더 테니스에 열중했었다. 테니스를 칠 때는 힘든 생각은 잠시 지워낼 수 있었기 때문에 도피처가 됐던 것 같다. 다친 후로 엄마와 정말이지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됐다. 지금은 그 시간이 너무 소중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때 다치지 않았더라면 얼마 남지 않은 주말을 온전히 엄마와 보내진 못 했을텐데 다친 것이 속은 상하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엄마와 시간을 보내지 못 했다는 후회를 하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그때 다치지 않았다면 정말이지 평생이고 두고두고 후회할 시간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테니스를 하면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았구나 했고,

테니스를 하면서 다친 후로는 정말 좋아하는 것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것도 배웠고,

테니스를 쉬면서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도 느꼈다.

 

나는 부상 후 10개월만에 다시 테니스를 하게 됐다. 

그리고 이제 다시 테니스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어 간다.

1년 동안 레슨은 열심했는데 이전처럼 동호회를 많이 하지는 못 했다. 다리가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불편한 느낌과 약간의 통증이 있고 테니스를 치고 난 후에는 통증이 조금 더 심해진다.

그래도 올해는 조금 더 열심히 동호회 활동을 해볼 생각이다. 기회가 된다면 대회도 한번 나가볼 생각이다. 

예전처럼 과하게 아니고 적당하게 거리를 두면서 다시 테니스를 즐겁게 해볼 생각이다. 

 

 

내가 보려고 쓰는 나의 테니스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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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수술을 하고 첫 모임으로 목동 테니스장에 갔다. 

동호회에 친분이 있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오랜만에 가려니 민폐끼치게 되지 않을까 조금 위축이 됐다. 그래도 나는 다시 테니스가 치고 싶으니 그런 감정은 뒤로 미뤄뒀다. 5개월 사이에 사람들이 실력이 많이 늘어 충격을 받았다. 내가 수술을 하러 갈 당시에는 다들 서브도 어색하고 게임도 많이 부족했었는데 5개월은 열심히 한 테린이가 성장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나 보다.

 

사람들 실력이 많이 향상 된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기도 했고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열심히 치게 된 계기가 생겼다.

애초에 동호회에서 개인적인 친분을 쌓고 싶지 않아 모임도 나가지 않고 딱 테니스만 쳤었는데 자꾸 나에게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하는 사람이 생겼다. 내가 다시 동호회에 나갈 때 주변에 아는 사람이 나를 가르치며 잘 치는 사람이 다시 왔다고 소개했는데 내가 치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별론데?"라고 생각돼서 자기랑 같이 치면서 연습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꾸 나에게 밥을 먹자고 했고 밥을 먹는 자리에서 나에게 같이 대회를 나가자고 했다. 

한번도 대회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얘기를 들으니 폐끼치지 않게 열심히 해야겠다란 생각이 들면서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다. 

 

 

그 친구도, 나도 그때부터 테니스에 약간 미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일주일에 5-6회 정도 테니스를 쳤다. 친구는 나보다 조금 더 미쳐 있어서 더 쳤었다. 레슨도 다시 시작하고 주말 레슨도 추가했다. 코트가 없다면 거리가 멀어도 마다하지 않고 다니기 시작했다. 겨울엔 추우니깐 실내 코트를 잡고 크리스마스, 새해 가리지 않고 열심히 테니스를 쳤다. 그렇게 테니스 코트에 가는게 설레서 심적으로 힘든 일들도 다 잊어버렸다.

30살이 넘으면서 내 삶을 두근거리게 한다거나 설레게 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았는데 테니스 치러 갈 생각에 회사에서부터 마음이 설레곤 했다. 테린이 대회 나갈 생각에 조합을 맞추다 보니 승률도 꽤 좋았다. 많이 치다보니 어느새 실력이 꽤  좋아져 잘 치는 편에 속하게 됐다. 그렇게 테니스를 치는데 안 느는 것도 이상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같이 치는 무리가 생기고나니 테니스가 더 재밌었다. 

 

엄마가 그 즈음 몸이 안 좋았지만 그래도 테니스 치다보니 그런 걱정도 덜 하게 됐었다. 요새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하긴 한다. 그때 테니스 좀 덜치고 엄마랑 주말엔 시간을 보낼걸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결국엔 나에게는 엄마와 다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왔다. 

 

4월 이었고 날이 아직 약간은 쌀쌀하기도 했다. 코로나가 점점 심해지고 있었지만 5월에 열리는 테린이 대회를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주말에 레슨을 가서하고 있는데 누가 내 다리에 돌멩이를 던졌다. 

빡 하는 소리와 돌을 맞은 것 같아 뒤돌아 봤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앞에서 감독님이 혼잣말로 욕을 하셨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그거 인대 끊어지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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