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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퇴근하던 길에 보는 버스정류장에서 문득 엄마와의 추억이 났다.

한 동안 버스를 타고 퇴근 할 때 집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내려 집까지 30-40분씩 걸어 가곤했다.
버스정류장에 내려서 집까지 가는 코스에는 엄마와 같이 산책 하던 뒷산을 지나가는 코스도 있었다.
당시 취미가 없던 나는 엄마가 없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잘 몰랐기에 퇴근 후에 시간을 억지로 때워야했다. 살면서 집에 엄마가 없던 적이 없었고 저녁엔 늘 엄마와 붙어서 시간을 보냈기에 엄마가 없는 저녁 시간을 잘 보내는게 아니고 억지로 때울 방법이 필요했다. 그렇게 집까지 운동이다 산책이다 생각하면서 걸어다니곤 했다.

그렇게 몇달 지나고 요양병원에서 생활 하던 엄마가 퇴원해서 집에 왔다. 어느날인가 엄마가 말도 없이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기뻐서 좋아했는데 그게 엄마도 기뻤는지 그 이후로는 자주 엄마가 내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서 정류장에서 날 기다리곤 했다. 엄마가 기다리는 걸 알면서도 버스에서 엄마 모습이 보이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나고 버스에서 내릴때는 애처럼 너무 좋아했는데.. 집까지 손 잡고 걸으면서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가던 기억이 문득 났다.


엄마와 나는 좋은 추억이 많은 사이였던 것 같다. 엄마 덕분에 내 기억엔 따뜻한 기억이 많다.
지금도 이 기억을 쓰면서 그때 기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나온다. 왜 이 좋은 기억을 잊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문득 되살아난 기억 덕분에 이제 그 버스정류장을 볼 때마다 날 기다리던 엄마를 생각할 수 있으니 조금 더 행복한 사람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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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엄마가 청소할 때 테이프를 틀어놓고 노래를 들으면서 청소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엄마가 노래를 가까이하니 자연스럽게 우리 남매들도 노래를 좋아한다. MP3가 나오기 전까지 우리 남매들은 열심히 CD와 테이프를 모았고 아직도 집안 책장 한자리 가득 엄마와 우리 남매들의 추억의 노래들이 차지하고 있다. 

엄마와 우리남매들이 모은 CD/테이프


엄마는 노래를 좋아하니 자연스레 음악프로도 좋아했다. 배철수 아저씨가 진행하던 7080, 나는 가수다, 복면가왕, 비긴어게인, 미스터 트롯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즐겨봤었다. 그 중에 특히 내 기억 남는 순간은 비긴어게인을 같이 보던 순간이다. 본방을 놓치면 주말 아침에 프로그램을 결제하고 엄마는 쇼파 앞에 앉아있고 우리가 엄마 주변에 둘러 앉아 같이 티비를 봤던 그 순간이 참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이 된다. 씻지도 않고 다들 자다 깨서 꼬질한 모습으로 엄마 옆에 둘러 앉아 티비를 보던 그 순간이 너무 평화롭고 힐링되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엄마와 노래와 관련 된 기억을 하자면 셀 수가 없다.
엄마가 전이 된 이후에 집에 있는걸 너무 무료해 해서 노래 교실을 끊어드린적이 있었다.
엄마가 다녀와서 팝송을 배우고 싶은데 트로트만 배운다고 재미가 없다고 했었다.

비틀즈, 김건모, 딥퍼플, 엘튼존, 스팅 모두 엄마가 모은 테이프다

 
엄마는 우리가 듣는 음악도 좋아했다. 엄마와 둘이 할머니네 댁에 갈 때 너무 졸려서 세븐틴의 "아주 NICE"를 반복해서 들으면서 따라 부르니깐 엄마가 누구 노래냐고 좋아했던 기억도 난다. 자주 차 안에서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 한 손은 엄마 손을 잡고 팔을 흔들면서 좋아 했던 기억이며,

결과가 좋지 않은 날 적재 노래를 듣고 누구노래 냐고 묻던 기억이며,
조장혁 노래를 배웠다면서 연습하던 모습이며,
서태지가 은퇴했다가 복귀 할 때 설거지를 하다가 달려와 뉴스를 보면서 서태지가 복귀해서 좋아하던 엄마의 모습이며,

내가 GOD 3집 CD를 사달라고 하니 엄마가 돈이 없다고 한 후에 다음날 이불 속을 보라고 하니 그 안에 CD를 숨겨놨던 기억이며,
맘마미아, 드림걸즈, 알라딘 등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고 "알라딘 또 보러 가자. 엄마는 또 볼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말 하던 해 맑고 귀엽던 엄마의 모습이며 작은 기억들이 흘러 넘친다. 

 

건강히 급격히 나빠져 집에서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지던 때에도,
응급실에서 며칠을 보낼 때에도,
엄마의 임종을 지킬 때에도,
우리는 항상 엄마가 즐겨 듣는 라디오를 곁에 두고 같이 들었다.

응급실에서 핸드폰으로 라디오 듣던 엄마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 아빠의 핸드폰에는 자주 엄마가 즐겨 듣던 라디오 소리가 들리곤한다.
노래를 좋아하던 엄마덕분에 우리 가족 모두 항상 노래를 옆에 두고 살 수 있게 된 거 같다.

 

오늘 티비를 보며, 아이패드 가사를 보며 노래 부르던 엄마 모습이 너무 그립다. 

한가지 위로가 된다면 엄마가 노래부르는 영상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게 너무 큰 위안이다. 

자기 전에 한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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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1주기 제사를 치뤘다.
언니가 아빠와 주말에 좋은 과일을 사왔고,
고모들이 제사 전 날 와서 나물이며 생선이며 탕국이며 끓여주셨다.

작은 엄마도 메밀부침개를 가져오고,
제사 전엔 음식 담아서 제사상에 순서대로 음식도 내주셨다.

엄마는 참 사랑받는 사람이구나.
다시 한 번 느꼈다.
엄마도 그걸 알겠지? 꼭 알았으면 좋겠다.

1년 동안 엄마 없이 세상의 시간이 흘러 갔구나.
엄마를 1년이나 못 봤네.
생각이드니 눈물이 나올 것 같았는데 간신히 참았다.

양력 1주기엔 사촌동생들과 나를 뺀 가족들이 다시 산소에 갈 것 같다.
사촌동생들이랑 술 한껏 마시고 집에 가서 엄마랑 같이 노래방 가서 놀았던 기억이 불현듯이 스친다.
그때 녹화 좀 해둘걸...엄마가 신나게 노래 불렀는데..

나는 요새 업무가 많이 바빠 양력 1주기 당일엔 못 와서 먼저 산소에 들렸다.
1년 동안 매달 엄마에게 찾아 간다는 약속이 12월이면 끝난다. 사실 강원도까지 한달에 한번씩 온다는게 쉽진 않다. 그치만 내가 엄마를 너무 사랑하고 엄마가 날 너무 사랑해줘서 고맙단 마음을 보여줄 수 있는게 이것 밖엔 없었다.


엄마가 홍시를 참 좋아했다.
엄마를 닮아 나도 홍시를 좋아한다.
내가 좋아한다고 익지 않은 대봉 감을 1박스 사서 장독에 넣고 익혀서 수시로 꺼내먹을 수 있게 해줬던 기억도 난다.
손이 커서 뭐든 한박스씩..과메기 한번 사왔는데 잘 먹으니 10번은 먹을 수 있을 양을 사서 결국엔 외갓집 친척들과 같이 먹은 기억도 난다.

요새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는데 엄마 산소와서 생각했다.
나를 이렇게 사랑해준 엄마가 있는데 정신 바짝 차리고 잘 살자. 엄마가 바라는게 그런거다.
내가 선택한 일은 잘 살기 위해 더 행복하기 위해 한 일이니 이 고비 잘 버티자.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
12월에 엄마 보러 올때는 엄마가 그랬듯이 나도 모두를 다정하게 대할 수 있는 여유로윤 마음으로 오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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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산 폴리스 자켓이 사라졌다.

아울렛에서 구입한 엄마와 커플 신발

날이 갑자기 쌀쌀해졌는데 패딩을 입기엔 과한 것 같고 경량 패딩에 자켓을 하나 더 입고 다니니 자켓이 너무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광고에서 폴리스 자켓이 나오는 것을 보고 '아 나도 폴리스 자켓 있지' 싶었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폴리스 자켓이 있던 것을 깜박했다. 아침 출근 전에 호기롭게 자켓을 찾는데 안 보인다. 

엄마가 있을 때는 물어보면 무엇이든 찾아줬는데...아침에 찾으면 일단 출근하라고 하고 엄마 찾아 놓는다고 하면 반드시  퇴근하고 오면 내 방에 찾던 것들이 놓여 있었는데 싶었다. 엄마가 사라지니 옷도 사라졌다. 사라진 옷을 찾는 것은 혼자서 해결 해야 할 일이 됐다. 혹시나 하고 가족 단톡방에 내 폴리스 자켓 못 봤냐고 물어보니 역시나 모른다. 엄마는 내가 무슨 옷을 사고 나한테 뭐가 있는지 다 기억해주는데 엄마 빈자리가 느껴졌다.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 다시 한번 가족들에게 확인하니 동생이 자기 겨울 잠바도 부모님 방 장에서 찾았다고 한번 보라고 했다. 아빠랑 같이 뒤지는데 엄마 옷이 아직도 꽤 남아 있다. 백화점에 같이 가서 엄마가 큰 맘 먹고 비싼 돈 주고 산 옷이며, 간절기에 자주 즐겨 입던 옷, 겨울 코트, 여권 사진에 입었던 옷 등도 보였다. 그리고 엄마 옷 중에 내가 탐내던 파타고니아 조끼도 보였다. 안 그래도 엄마 조끼 어디갔지 생각했는데 "엇 엄마 조끼다. 이거 내가 입을래!" 하고 바로 방으로 가져왔다. 엄마 옷이 아직 많이 있구나 싶었다. 내 방에도 엄마가 병원에서 가져온 물품이랑 그 안에 옷 가지 약간이며 새양말이랑 잔뜩 있다. 내 방에 있는 엄마 옷을 꺼내서 냄새를 크게 들이 마셔본다. 어렴풋이 엄마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위로가 되는 것 되기도 하고 더 그리워지는 것 같다. 같이 아울렛에 가서 샀던 츄리닝도 있고, 내가 준 운동복이며 여기저기 찾으면 엄마의 흔적이 한가득 있다. 

 

나랑 엄마는 쇼핑 친구였다. 내가 차가 생기고, 엄마 병원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에는 자주 아울렛에 가서 쇼핑을 했다. 그래서 엄마 옷에도 내 옷에도 우리가 같이 쇼핑 했던 추억들이 많이 있다. 엄마와 아울렛에 가면 구경을 하다 내가 고민을 하면 엄마가 하나 선물해 준다고 하면서 사주고 그런 엄마가 고마워 나도 매번은 아니지만 엄마에게 선물해주기도 했다.

미국갈 때 쓸 캐리어 사러 가서

아울렛 에피소드는 몇가지가 있는데

내가 엄마 덕분에 연말정산을 항상 다 환급 받아서 엄마에게 연말정산을 받으면 어버이날 선물 겸 해서 용돈을 챙겨드렸다. 그 날은 검사 결과를 듣고 아울렛에 가서 구경을 하다가 웬일로 명품 매장에서 신발을 보게 됐었다. 엄마가 맘에 들어하는 신발이 있는데 내가 주려고 했던 용돈이랑 가격이 비슷해서 용돈 대신 신발을 선물 했던 기억.

내가 경량 패딩을 사러 갔다가 이것저것 지출이 커지니 엄마가 경량 패딩은 사주겠다면 사준 기억.

속옷을 사러 가서 나는 메이커 속옷을 사고 나오는데 뱀부 팬티가 좋다면 엄마가 하나 또 사주겠다고 해서 샀던 기억.

츄리닝 사러 가서 내가 이것저것 많이 사니 그 중에 하나 엄마가 사준다고 해서 엄마가 사주고, 나도 엄마가 굳이 필요하진 않지만 욕심 부리던 츄리닝을 사준 기억. 

동생과 엄마와 셋이서 아울렛에 갔을 때 동생이 알바비 받은 돈으로 엄마에게 파타고니아 조끼를 사주고, 엄마는 나에게 파타고니아 남방을 사줬던 기억. 

발이 아프다면 편한 신발을 사러 가자고 했고, 엄마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알게 된 기억.

내가 자주 즐겨 입는 라코스테 맨투맨 티를 살 때 색깔 땜에 고민하니 엄마가 그냥 둘 다 사라고 했던 기억. 그치만 그릇이 작은 나는 하나 밖에 못 샀다.

취직 후에 단정한 옷을 입고 다녀야 해서 같이 옷을 보러 다녔던 기억. 

우연히 명품 브랜드의 맘에 드는 카드 지갑을 보고 내가 맘에 들어하니 엄마가 생일 선물로 사준 다고 했던 기억.

술 마시고 카드 지갑 잃어버려서 지갑 없이 다니니 엄마가 카드 지갑이라도 들고 다니라고 사줬던 기억. 

엄마 미국 갈 때 필요하다며 가방, 캐리어 사고 숙모들 선물 해줄 가방도 샀던 기억.

아울렛 가면 내가 츄리닝을 좋아하니 늘 나이키에 같이 가서 구경했던 기억.

엄마와 나 모두 족적근막염이 왔는데 에어 있는 신발을 신었더니 증상이 좋아져서 엄마에게도 나랑 똑같은 에어 있는 운동화를 선물한 기억. 

 

적고보니 내가 준 것은 몇가지 없고 받은 것만 너무 많다. 그리고 적으면서 엄마가 줬던 선물들이 계속 생각 난다. 우리 집이 넉넉하진 않지만 부모님이 물질적으로도 부족하지 않게 해주셨다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도 들고, 보답할 기회가 이제 없어서 아쉽고, 더 이상 엄마한테 선물을 받지 못 하니 섭섭한 마음도 아주 조금 든다. 

 

내가 사준 엄마 신발-엄마와 손 잡고 마지막 벚꽃 구경

 

적으면서 기억 난 엄마가 줬던 선물들을 다음에 정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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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휴가때 카페에서 바다를 보며 노트해 놓은 글이 있어 옮겨 적는다. 그날은 좀 감성에 많이 취했던 것 같다.

울진 바다


지금
여기
나 자신
울진의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공지영 작가의 책을 읽는데 나온 문구다.

지금
여기
나 자신
여기에 와서 풍경을 보고 너무 만족스러웠다.
차를 시키며 엽서 구경을 하는데 '느린 우체통'이 보인다. 문득 엄마랑 이런 곳 좀 다닐 걸 생각이 들었다. 일년 전에 여기에 왔다면 엄마는 나에게 무슨 얘기를 했고 지금 나는 무슨 얘기를 읽고 있을까.
엄마가 보낸 엽서를 보면 펑펑 울었겠지 싶긴 하다.

창 너머로 파도가 일렁인다.
그 파도처럼 내 마음도 엄마 생각에 일렁 거렸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하지만 참아낸다.
매일
어디서나
엄마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엄마를 이렇게 그리워 한다는걸 엄마는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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