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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수술을 하고 첫 모임으로 목동 테니스장에 갔다. 

동호회에 친분이 있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오랜만에 가려니 민폐끼치게 되지 않을까 조금 위축이 됐다. 그래도 나는 다시 테니스가 치고 싶으니 그런 감정은 뒤로 미뤄뒀다. 5개월 사이에 사람들이 실력이 많이 늘어 충격을 받았다. 내가 수술을 하러 갈 당시에는 다들 서브도 어색하고 게임도 많이 부족했었는데 5개월은 열심히 한 테린이가 성장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나 보다.

 

사람들 실력이 많이 향상 된 모습을 보고 자극을 받기도 했고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열심히 치게 된 계기가 생겼다.

애초에 동호회에서 개인적인 친분을 쌓고 싶지 않아 모임도 나가지 않고 딱 테니스만 쳤었는데 자꾸 나에게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하는 사람이 생겼다. 내가 다시 동호회에 나갈 때 주변에 아는 사람이 나를 가르치며 잘 치는 사람이 다시 왔다고 소개했는데 내가 치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별론데?"라고 생각돼서 자기랑 같이 치면서 연습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꾸 나에게 밥을 먹자고 했고 밥을 먹는 자리에서 나에게 같이 대회를 나가자고 했다. 

한번도 대회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얘기를 들으니 폐끼치지 않게 열심히 해야겠다란 생각이 들면서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다. 

 

 

그 친구도, 나도 그때부터 테니스에 약간 미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일주일에 5-6회 정도 테니스를 쳤다. 친구는 나보다 조금 더 미쳐 있어서 더 쳤었다. 레슨도 다시 시작하고 주말 레슨도 추가했다. 코트가 없다면 거리가 멀어도 마다하지 않고 다니기 시작했다. 겨울엔 추우니깐 실내 코트를 잡고 크리스마스, 새해 가리지 않고 열심히 테니스를 쳤다. 그렇게 테니스 코트에 가는게 설레서 심적으로 힘든 일들도 다 잊어버렸다.

30살이 넘으면서 내 삶을 두근거리게 한다거나 설레게 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았는데 테니스 치러 갈 생각에 회사에서부터 마음이 설레곤 했다. 테린이 대회 나갈 생각에 조합을 맞추다 보니 승률도 꽤 좋았다. 많이 치다보니 어느새 실력이 꽤  좋아져 잘 치는 편에 속하게 됐다. 그렇게 테니스를 치는데 안 느는 것도 이상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같이 치는 무리가 생기고나니 테니스가 더 재밌었다. 

 

엄마가 그 즈음 몸이 안 좋았지만 그래도 테니스 치다보니 그런 걱정도 덜 하게 됐었다. 요새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하긴 한다. 그때 테니스 좀 덜치고 엄마랑 주말엔 시간을 보낼걸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결국엔 나에게는 엄마와 다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왔다. 

 

4월 이었고 날이 아직 약간은 쌀쌀하기도 했다. 코로나가 점점 심해지고 있었지만 5월에 열리는 테린이 대회를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주말에 레슨을 가서하고 있는데 누가 내 다리에 돌멩이를 던졌다. 

빡 하는 소리와 돌을 맞은 것 같아 뒤돌아 봤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앞에서 감독님이 혼잣말로 욕을 하셨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그거 인대 끊어지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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