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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산 폴리스 자켓이 사라졌다.

아울렛에서 구입한 엄마와 커플 신발

날이 갑자기 쌀쌀해졌는데 패딩을 입기엔 과한 것 같고 경량 패딩에 자켓을 하나 더 입고 다니니 자켓이 너무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광고에서 폴리스 자켓이 나오는 것을 보고 '아 나도 폴리스 자켓 있지' 싶었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폴리스 자켓이 있던 것을 깜박했다. 아침 출근 전에 호기롭게 자켓을 찾는데 안 보인다. 

엄마가 있을 때는 물어보면 무엇이든 찾아줬는데...아침에 찾으면 일단 출근하라고 하고 엄마 찾아 놓는다고 하면 반드시  퇴근하고 오면 내 방에 찾던 것들이 놓여 있었는데 싶었다. 엄마가 사라지니 옷도 사라졌다. 사라진 옷을 찾는 것은 혼자서 해결 해야 할 일이 됐다. 혹시나 하고 가족 단톡방에 내 폴리스 자켓 못 봤냐고 물어보니 역시나 모른다. 엄마는 내가 무슨 옷을 사고 나한테 뭐가 있는지 다 기억해주는데 엄마 빈자리가 느껴졌다.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 다시 한번 가족들에게 확인하니 동생이 자기 겨울 잠바도 부모님 방 장에서 찾았다고 한번 보라고 했다. 아빠랑 같이 뒤지는데 엄마 옷이 아직도 꽤 남아 있다. 백화점에 같이 가서 엄마가 큰 맘 먹고 비싼 돈 주고 산 옷이며, 간절기에 자주 즐겨 입던 옷, 겨울 코트, 여권 사진에 입었던 옷 등도 보였다. 그리고 엄마 옷 중에 내가 탐내던 파타고니아 조끼도 보였다. 안 그래도 엄마 조끼 어디갔지 생각했는데 "엇 엄마 조끼다. 이거 내가 입을래!" 하고 바로 방으로 가져왔다. 엄마 옷이 아직 많이 있구나 싶었다. 내 방에도 엄마가 병원에서 가져온 물품이랑 그 안에 옷 가지 약간이며 새양말이랑 잔뜩 있다. 내 방에 있는 엄마 옷을 꺼내서 냄새를 크게 들이 마셔본다. 어렴풋이 엄마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위로가 되는 것 되기도 하고 더 그리워지는 것 같다. 같이 아울렛에 가서 샀던 츄리닝도 있고, 내가 준 운동복이며 여기저기 찾으면 엄마의 흔적이 한가득 있다. 

 

나랑 엄마는 쇼핑 친구였다. 내가 차가 생기고, 엄마 병원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에는 자주 아울렛에 가서 쇼핑을 했다. 그래서 엄마 옷에도 내 옷에도 우리가 같이 쇼핑 했던 추억들이 많이 있다. 엄마와 아울렛에 가면 구경을 하다 내가 고민을 하면 엄마가 하나 선물해 준다고 하면서 사주고 그런 엄마가 고마워 나도 매번은 아니지만 엄마에게 선물해주기도 했다.

미국갈 때 쓸 캐리어 사러 가서

아울렛 에피소드는 몇가지가 있는데

내가 엄마 덕분에 연말정산을 항상 다 환급 받아서 엄마에게 연말정산을 받으면 어버이날 선물 겸 해서 용돈을 챙겨드렸다. 그 날은 검사 결과를 듣고 아울렛에 가서 구경을 하다가 웬일로 명품 매장에서 신발을 보게 됐었다. 엄마가 맘에 들어하는 신발이 있는데 내가 주려고 했던 용돈이랑 가격이 비슷해서 용돈 대신 신발을 선물 했던 기억.

내가 경량 패딩을 사러 갔다가 이것저것 지출이 커지니 엄마가 경량 패딩은 사주겠다면 사준 기억.

속옷을 사러 가서 나는 메이커 속옷을 사고 나오는데 뱀부 팬티가 좋다면 엄마가 하나 또 사주겠다고 해서 샀던 기억.

츄리닝 사러 가서 내가 이것저것 많이 사니 그 중에 하나 엄마가 사준다고 해서 엄마가 사주고, 나도 엄마가 굳이 필요하진 않지만 욕심 부리던 츄리닝을 사준 기억. 

동생과 엄마와 셋이서 아울렛에 갔을 때 동생이 알바비 받은 돈으로 엄마에게 파타고니아 조끼를 사주고, 엄마는 나에게 파타고니아 남방을 사줬던 기억. 

발이 아프다면 편한 신발을 사러 가자고 했고, 엄마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알게 된 기억.

내가 자주 즐겨 입는 라코스테 맨투맨 티를 살 때 색깔 땜에 고민하니 엄마가 그냥 둘 다 사라고 했던 기억. 그치만 그릇이 작은 나는 하나 밖에 못 샀다.

취직 후에 단정한 옷을 입고 다녀야 해서 같이 옷을 보러 다녔던 기억. 

우연히 명품 브랜드의 맘에 드는 카드 지갑을 보고 내가 맘에 들어하니 엄마가 생일 선물로 사준 다고 했던 기억.

술 마시고 카드 지갑 잃어버려서 지갑 없이 다니니 엄마가 카드 지갑이라도 들고 다니라고 사줬던 기억. 

엄마 미국 갈 때 필요하다며 가방, 캐리어 사고 숙모들 선물 해줄 가방도 샀던 기억.

아울렛 가면 내가 츄리닝을 좋아하니 늘 나이키에 같이 가서 구경했던 기억.

엄마와 나 모두 족적근막염이 왔는데 에어 있는 신발을 신었더니 증상이 좋아져서 엄마에게도 나랑 똑같은 에어 있는 운동화를 선물한 기억. 

 

적고보니 내가 준 것은 몇가지 없고 받은 것만 너무 많다. 그리고 적으면서 엄마가 줬던 선물들이 계속 생각 난다. 우리 집이 넉넉하진 않지만 부모님이 물질적으로도 부족하지 않게 해주셨다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도 들고, 보답할 기회가 이제 없어서 아쉽고, 더 이상 엄마한테 선물을 받지 못 하니 섭섭한 마음도 아주 조금 든다. 

 

내가 사준 엄마 신발-엄마와 손 잡고 마지막 벚꽃 구경

 

적으면서 기억 난 엄마가 줬던 선물들을 다음에 정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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