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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퇴근하던 길에 보는 버스정류장에서 문득 엄마와의 추억이 났다.

한 동안 버스를 타고 퇴근 할 때 집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내려 집까지 30-40분씩 걸어 가곤했다.
버스정류장에 내려서 집까지 가는 코스에는 엄마와 같이 산책 하던 뒷산을 지나가는 코스도 있었다.
당시 취미가 없던 나는 엄마가 없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잘 몰랐기에 퇴근 후에 시간을 억지로 때워야했다. 살면서 집에 엄마가 없던 적이 없었고 저녁엔 늘 엄마와 붙어서 시간을 보냈기에 엄마가 없는 저녁 시간을 잘 보내는게 아니고 억지로 때울 방법이 필요했다. 그렇게 집까지 운동이다 산책이다 생각하면서 걸어다니곤 했다.

그렇게 몇달 지나고 요양병원에서 생활 하던 엄마가 퇴원해서 집에 왔다. 어느날인가 엄마가 말도 없이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기뻐서 좋아했는데 그게 엄마도 기뻤는지 그 이후로는 자주 엄마가 내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서 정류장에서 날 기다리곤 했다. 엄마가 기다리는 걸 알면서도 버스에서 엄마 모습이 보이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나고 버스에서 내릴때는 애처럼 너무 좋아했는데.. 집까지 손 잡고 걸으면서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가던 기억이 문득 났다.


엄마와 나는 좋은 추억이 많은 사이였던 것 같다. 엄마 덕분에 내 기억엔 따뜻한 기억이 많다.
지금도 이 기억을 쓰면서 그때 기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나온다. 왜 이 좋은 기억을 잊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문득 되살아난 기억 덕분에 이제 그 버스정류장을 볼 때마다 날 기다리던 엄마를 생각할 수 있으니 조금 더 행복한 사람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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