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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엄마가 청소할 때 테이프를 틀어놓고 노래를 들으면서 청소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엄마가 노래를 가까이하니 자연스럽게 우리 남매들도 노래를 좋아한다. MP3가 나오기 전까지 우리 남매들은 열심히 CD와 테이프를 모았고 아직도 집안 책장 한자리 가득 엄마와 우리 남매들의 추억의 노래들이 차지하고 있다. 

엄마와 우리남매들이 모은 CD/테이프


엄마는 노래를 좋아하니 자연스레 음악프로도 좋아했다. 배철수 아저씨가 진행하던 7080, 나는 가수다, 복면가왕, 비긴어게인, 미스터 트롯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즐겨봤었다. 그 중에 특히 내 기억 남는 순간은 비긴어게인을 같이 보던 순간이다. 본방을 놓치면 주말 아침에 프로그램을 결제하고 엄마는 쇼파 앞에 앉아있고 우리가 엄마 주변에 둘러 앉아 같이 티비를 봤던 그 순간이 참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이 된다. 씻지도 않고 다들 자다 깨서 꼬질한 모습으로 엄마 옆에 둘러 앉아 티비를 보던 그 순간이 너무 평화롭고 힐링되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엄마와 노래와 관련 된 기억을 하자면 셀 수가 없다.
엄마가 전이 된 이후에 집에 있는걸 너무 무료해 해서 노래 교실을 끊어드린적이 있었다.
엄마가 다녀와서 팝송을 배우고 싶은데 트로트만 배운다고 재미가 없다고 했었다.

비틀즈, 김건모, 딥퍼플, 엘튼존, 스팅 모두 엄마가 모은 테이프다

 
엄마는 우리가 듣는 음악도 좋아했다. 엄마와 둘이 할머니네 댁에 갈 때 너무 졸려서 세븐틴의 "아주 NICE"를 반복해서 들으면서 따라 부르니깐 엄마가 누구 노래냐고 좋아했던 기억도 난다. 자주 차 안에서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 한 손은 엄마 손을 잡고 팔을 흔들면서 좋아 했던 기억이며,

결과가 좋지 않은 날 적재 노래를 듣고 누구노래 냐고 묻던 기억이며,
조장혁 노래를 배웠다면서 연습하던 모습이며,
서태지가 은퇴했다가 복귀 할 때 설거지를 하다가 달려와 뉴스를 보면서 서태지가 복귀해서 좋아하던 엄마의 모습이며,

내가 GOD 3집 CD를 사달라고 하니 엄마가 돈이 없다고 한 후에 다음날 이불 속을 보라고 하니 그 안에 CD를 숨겨놨던 기억이며,
맘마미아, 드림걸즈, 알라딘 등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고 "알라딘 또 보러 가자. 엄마는 또 볼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말 하던 해 맑고 귀엽던 엄마의 모습이며 작은 기억들이 흘러 넘친다. 

 

건강히 급격히 나빠져 집에서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지던 때에도,
응급실에서 며칠을 보낼 때에도,
엄마의 임종을 지킬 때에도,
우리는 항상 엄마가 즐겨 듣는 라디오를 곁에 두고 같이 들었다.

응급실에서 핸드폰으로 라디오 듣던 엄마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 아빠의 핸드폰에는 자주 엄마가 즐겨 듣던 라디오 소리가 들리곤한다.
노래를 좋아하던 엄마덕분에 우리 가족 모두 항상 노래를 옆에 두고 살 수 있게 된 거 같다.

 

오늘 티비를 보며, 아이패드 가사를 보며 노래 부르던 엄마 모습이 너무 그립다. 

한가지 위로가 된다면 엄마가 노래부르는 영상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게 너무 큰 위안이다. 

자기 전에 한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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