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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재밌게 읽은 인문학 책이다.

인문학이 방송을 통해서 접하면 재밌는데 책으로 접하면 감동이 덜 하거나 이해가 부족해서 어렵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은 사람이 살면서 누구나 한 번씩은 할 수밖에 없는 고민과 삶에 긴밀하게 엮여있는 종교에 대한 내용이다 보니 쉽게 읽히는 부분이 있었고 다시 한번 내 자신을 되돌아보고 내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중간 정리, 최종 정리를 통해서 앞에서 본 내용을 다시 한번 요약해 주면서 내가 이해한 내용을 다시 상기시켜주는 구성도 책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던 부분 같다. 

 

책 제목이 넒고 얕은 지식인데 내 입장에서는 넓고, 약간 많이 깊은 지식이었다. 물론 전문가에게 이런 얘기를 한다면 겉만 안다고 하겠지만 나는 애초에 이런 분야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적도 이 책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까지 알게 될 일도 없었을 것이며 알지 못하니 알려고 했던 적도 없었기 때문에 내 기준으로 본다면 좀 더 나의 시야를 넓혀주고 약간은 깊이 있게 만들어 준 책이었다. 

 

우주 : 세계의 탄생

말 그대로 우주의 탄생, 그리고 현재까지 연구 된 우주에 대한 내용이다.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진도가 정말 힘들게 나갔다. 그래도 읽다 보니 진짜 이해하기 쉽게 내용이 쓰여 있어서 여태 내가 알지 못했던 부분에 대하여 알게 될 수 있었다. 사실 우주에 대한 막연한 궁금함이 많지만 현재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내용까지를 보니, "알려고 하지도 말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말자" 란 생각이 들었다.

 

인류 : 인간과 문명

우주가 탄생하고, 우주에서 보자면 진짜 먼지 같은 지구가 생기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인간이 나타나서 문명이 발생하기 까지의 시대를 설명해 주었다. 이 장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부분은 『길가메시 서사시』였다. 5천 년 전에 쓰인 이야기지만 지금의 인간의 삶은 변화했을지 모르지만 삶 안의 깊숙한 모습은 결국에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길가메시 서사시』를 가지고 나머지 모든 장에 대해서 설명하게 된다.

즉,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우주란 무엇이며, 나는 누구이며, 우리는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하기기 위해서 우주, 인류에 대한 설명을 하였고, 이 뒤의 목차부터는 인류가 존경하고 믿는 종교, 철학을 통하여 설명을 한다. 

 

베다 : 우주와 자아

『질문을 멈추라, 그것은 먹고사는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의 말을 따랐다. 내 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척했고, 세상이 혼란스럽지 않은 척했다. 모든 인류가 그러했듯 우리는 어느 곳에서는 매 맞는 코끼리였고, 어느 곳에서는 몽둥이를 든 자였다. 』 P.173

머리에 종이 띵~ 울리면서 다시한번 나는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베다는 큰 틀에서 인류의 두가지 종교의 하나의 뿌리가 된다. 

구약 - 기독교, 이슬람, 유대교

베다 - 우파니샤드, 힌두교, 불교

베다에서 중요한 부분은 일원론이다. 책 전반에 걸쳐서 일원론을 가진 종교와 서양에서 이원론이 나오게 된 배경 등 설명해준다.

 

도가 : 도리와 덕성

불교 : 자아의 실체

철학 : 분열된 세계

기독교 : 교리와 신비

위의 4가지 목차가 더 있다. 

4가지 분야의 경우 발생한 배경, 그리고 전달하는 내용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있다. 그리고 베다를 기준으로 비교해준다.

 

책을 읽고 내가 느낀 가장 큰 부분은 『나, 세상, 결국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늘 죽음이 두려운 나는 이 책이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그보다도 엄마의 죽음이 내게 좀 더 현실감 있게 만들어 주었지만 죽음뿐 아니라 내가 싫어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것 다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물론 나는 종교가 없기에 내가 죽으면 그냥 뼈 가루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것에 대해서 조차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사실 누구나 고민하고 알고 있지만 사는게 바쁘다는 이유로 알지만 미뤄왔던 고민에 대해서 다시 한번 되새김질할 수 있는 시간이었단 것 자체에 매우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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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보는 유튜브에서 수원 갈빗집에서 밥 먹는 영상이 나왔는데 고기가 진짜 맛있어 보여서 친구와 다녀오게 됐다. 

나서기 전에 찾아보니 수원에서 손꼽히는 갈비 맛집이었다. 가격대가 후덜덜하지만 여행을 위해서 모은 돈으로 호사를 누려보기로 했다.

 

근처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려고 하니 같은 길로 들어온 차들이 다 가보정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골목이 가보정 골목 같은 분위기였다. 일단 큰 건물 3개가 딱 눈에 들어오는데 모두 가보정 건물이었다.

3관에 주차를 하고 2관으로 가니 맞은편 1관에 가서 문의하라고 하여 1관으로 이동하였다. 

가보정

 

 

1시 좀 넘어서 도착하였고 들어가니 웨이팅이 있었다. 사실 음식 기다리면서 먹는 타입이 아니지만 그래도 먼길 왔으니 기다리기로 했다. 20-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했었는데 10분도 안돼서 자리를 안내해줬다. 

 

가보정이 좋았던 중 하나는 4명 이상 같이가면 방하나에 같이 간 사람들끼리 식사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우리가 들어간 방은 6인 테이블이었는데 우리가 먼저 들어가고 후에 2명이 더 들어왔다. 그래도 테이블 한 칸 뛰어 앉으니 부담스럽진 않았다. 

 

메뉴판1
메뉴판2
메뉴판3
메뉴판4

 

가기 전 미국산이나 한우나 맛 차이가 없다고 해서 미국산을 먹어볼까 했지만 그래도 맛있는 거 먹겠다고 먼길 왔는데 아쉬움이 남을까 한우로 시키기로 했다. 평일 점심에 가볼 수 있으면 점심 특선도 가격이 좋지만 주말 방문이었기 때문에  한우 생갈비 1인, 한우 양념갈비 1인을 시켰다.

 

기본 세팅1
기본세팅2

 

좋았던 점은 또 하나 방마다 한분의 담당자가 있는 것 같아서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좋았다. 

요새는 워낙 고기 구워주는 고깃집이 많이 있지만 친절하게 응대해주시고 신경 써 주시는 것이 느껴져서 좋았다. 

고기를 시키기 전에 친구는 맥주를 나는 사이다를 하나 시켰다. 운전을 해야 해서 맥주 한잔 하지 못 하는 게 아쉬웠다.

 

한우 생갈비

한우 생갈비 첫입 딱 먹는데 입에서 녹듯이 씹히는데 정말 맛있었다. 이래서 비싼거 먹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소고기는 너무 익히는 것보다는 살짝 구워서 먹는 게 역시 맛인 것 같다. 집에서도 한우 사서 자주 구워 먹는데 그것과는 완전 다른 맛이었다. 

 

항공샷

반찬들도 정갈하게 깔끔하게 나왔고 맛도 다 일품이었다. 특히 찬 중에는 가지튀김과 양념게장이 맛있었다. 친구는 고기보다도 양념게장을 더 좋아했다. 그리고 추가로 반찬을 요청해도 친절하게 가져다주셔서 감사했다. 

 

양념갈비

양념갈비는 양념이 쎄지 않아 간이 센 걸 좋아하는 분들은 약간 심심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나는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너무 달지도 짜지도 않고 딱 적당한 느낌의 맛이다. 

 

된장찌개1
된장찌개2

된장찌개와 밥은 따로 주문해야 한다. 고기를 다 먹어갈 때즈음 냉면과 된장찌개, 밥을 시켰는데 아무래도 다 먹지 못 할 것 같아서 냉면은 취소하고 된장찌개와 밥 하나를 친구와 나눠먹었다. 된장찌개는 전형적인 맛인데 뼈가 크게 하나 들어있으니 더 그럴듯한 느낌은 있다. 냉면 시켰으면 큰일날 뻔했다. 

 

후식

 

다 먹으면 후식을 챙겨다 주신다. 

수정과와 한입거리 간식인데 마지막까지 대접을 잘 받고 오는 기분이 든다. 

 

가보정 아이시스

가보정이 큰 회사인 것 같기는 하다. 건물에서도 규모를 느끼긴 했지만 물에 가보정이 프린트 되어나오는 것을 보고선 살짝 놀랐다. 

 

포장 메뉴

다 먹고 나오는 길에 포장 전용 메뉴 안내가 있어서 찍어봤다. 

양념 갈비살 한우가 1Kg에 9만 원인데 미국산보다 훨씬 메리트 있는 것 같다. 우리가 270g을 57000원에 먹었는데 1kg에 9만 원이면 진짜로 좋은 가격인 것 같다. 집에 포장을 해서 가족들이랑 사다 먹을까 싶었는데 그냥 다음 기회로 미뤘다.

 

계산

 

사실은 한번 맛보기에도 약간 부담스러운 가격대 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좋은날 가족들과 같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는 좋은 공간이며 괜찮은 선택이라고 생각이 된다. 부모님 생신때 모시고 와서 가족들끼리 식사하면 딱 좋을 것 같은데 거리가 먼 게 아쉬웠다.

 

고기는 거의 내가 다 먹고 양념게장만 두그릇 먹은 친구도 다음에 또 방문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내 경우에도 수원에 가면 다시 가볼 생각은 있지만 아마도 그때는 미국산이나 점심 특선 정도 선택할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래서 수원 갈비, 수원 갈비 했구나 싶은 생각도 같이 들었다. 한 번 정도는 무리해서 먹어봐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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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휴가때 카페에서 바다를 보며 노트해 놓은 글이 있어 옮겨 적는다. 그날은 좀 감성에 많이 취했던 것 같다.

울진 바다


지금
여기
나 자신
울진의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공지영 작가의 책을 읽는데 나온 문구다.

지금
여기
나 자신
여기에 와서 풍경을 보고 너무 만족스러웠다.
차를 시키며 엽서 구경을 하는데 '느린 우체통'이 보인다. 문득 엄마랑 이런 곳 좀 다닐 걸 생각이 들었다. 일년 전에 여기에 왔다면 엄마는 나에게 무슨 얘기를 했고 지금 나는 무슨 얘기를 읽고 있을까.
엄마가 보낸 엽서를 보면 펑펑 울었겠지 싶긴 하다.

창 너머로 파도가 일렁인다.
그 파도처럼 내 마음도 엄마 생각에 일렁 거렸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하지만 참아낸다.
매일
어디서나
엄마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엄마를 이렇게 그리워 한다는걸 엄마는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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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한 번도 결혼을 하겠다고 얘기한 적이 없었다. 정말이지 고맙게도 부모님도 그렇고 친척들도 그렇고 결혼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아 명절에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었다. 오히려 친인척도 아닌 어른들이 오지랖을 부리고 싶을 때 얘기가 나오면 "생각이 없어요", "결혼 안 할 거예요", "ㅎㅎㅎ" 정도로 대화를 끝냈던 것 같다.

 

여하튼 그래서 이 책을 읽은 건 아니었다. 현재 하고 있는 독서모임 평균 연령이 45살은 될 것 같지만 결혼하지 않은 분들이 과반수 이상이니 이번 책 선정자 분이 선택한 책이었다. 그 전에도 독서모임에서 비슷한 느낌의 책인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란 책을 읽어서 그것과 비슷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이미 그 책을 보면서 새로운 가족 구성의 형태에 대해서도 봤고, 결혼하지 않고 사는 것에 대한 생각도 오래전부터 해왔기 때문에 사실 이제 별로 궁금한 내용은 아니었다. 또한 저자가 왜 이번 생은 혼자 사는지, 어떻게 혼자 잘 살 것인지도 별로 궁금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독서모임을 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했다. 다행히 책이 두껍지 않았고, 에세이 형태라 읽기는 편했다

 

Part1. 나하나 키우기에도 충분한 삶

읽을 때 공감 많이 했던 부분인데 지금 글을 쓰다 보니 남들에게 내가 결혼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구질하게 얘기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걸까? 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결혼한 사람들보다는 결혼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거나, 결혼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거나, 결혼하지 못 한 사람들이 읽을 것이라고 생각되니 좀 더 타당하고 멋지게 결혼하지 않는 이유를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저자가 적은 이유가 그럴듯한 핑계가 아니고 사실이며 내가 혼자 살기 위한 이유와 비슷하지만 결혼한 사람들은 "핑계도 잘 말하네"라고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굳이 설명을 해야 하는 걸까?"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책 제목이 "이번 생은 나 혼자 산다"이니 작가 자신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쓰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냥 다 읽고 책에 대해서 쓰려다 보니 그냥 우리는 왜 남에 대해서 내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필요한 것일까? 란 생각이 든다. 결혼 왜 안 하냐고 묻는 사람에게는 결국엔 구차하게 들리지만 내 나름에는 그럴듯한 이유를 작가가 알려주는 느낌이랄까..

 

Part2. 외로워도 슬퍼도 홀로 멋지게 사는 법

혼자 지내는 것은 겁나는 일도 많고, 외롭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사는 것이 좋은 이유에 대한 내용이다. 

Part1과 비슷한 기분이 드는 부분이었다.

 

Part3. 지속 가능한 비혼 라이프를 위하여

이 부분이 사실 혼자 살아가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어릴 때만 하더라도 혼자 산다고 하고 늙어서 나 자신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겠다는 생각 때문에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저축도 열심히 했다. 이제 와서 보니 열심히 저축한다고 내 노후의 삶을 윤택하게 보장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 사실 가장 두려웠던 건 "나 죽으면 내 시체 누가 치워 주려나?"였다. 물론 우리 형제가 사이는 미적미적해도 어려운 일도 외면할 정도로 나쁜 사이는 아니기 때문에 정리는 해주겠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형제들이 나보다 먼저 잘 못 되면 어쩌지란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요새는 워낙 혼자 사는 분들이 많고 고독사에 대한 뉴스도 종종 나오다 보니 법적으로 안정망이 구축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렇다고 손 놓고 법 생기길 바라는 건 너무 이기적이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부분에 대하여 늘 관심을 지속하고 주변에 이런 상황에 대하여 얘기하고 공유하는 게 아닐까 싶기는 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부록으로 "언어의 프레임이 권력이 된다"란 내용이 있었다. 

나는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이기도 하고 이런 내용은 성별을 떠나서 우리 같이 한번 읽어보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내용 아닌가 싶었다. 요새 같이 성별 대립이 심한 상황에서 이런 내용을 쓴 작가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세상은 이런 용기 있는 분 때문에 조금씩 변해간다고 생각된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이기적인 사람 구나" 싶었다. 나 또한 혼자 살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나 삶에 결정을 내 스스로 하며, 타인의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다. 어릴때는 그냥 단순히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면, 지금은 결혼한 친구들이 자신의 삶이 아닌 자신이 원치 않는 것도 하면서 사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는 살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도 하나의 삶이고 부모님들은 그리고 결혼한 사람들은 그렇게 사는데 나는 내 삶을 타인에게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한 것이니 이기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살면서 타인의 영향을 아예 안 받을 수 없겠지만 최소한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없는 지금의 환경도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추천한다면 결혼하지 않을 그럴듯한 이유를 멋지게 대고 싶은 분들과 혼자 살기로 마음먹고 관련 된 서적을 한번도 읽어보지 않은 분에게 추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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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맏며느리였다. 추석, 설날이면 할머니, 할아버지 댁으로 가서 제사 준비를하다 할머니 연세가 환갑이 지난 이후 부터는 우리집에서 제사를 지냈다. 명절이 다가오면 며칠 전부터 엄마는 일을 하면서 명절 음식을 준비했고 제사 음식 외에도 조카들 먹인다고 감주, LA 갈비 등 이것저것 먹을 것을 더 준비 했었다. 명절이면 늘 좁은집이 북적거렸고 명절 당일엔 이른 새벽에 제사 준비를 하고 산소에 가져가고, 작은집에 나눠줄 음식,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서 먹을 음식을 새벽부터 싸서 시골에 내려갔었다.

맏며느리라고 명절에도 친정에 제때 가본 적도 없었다. 늘 일주일 전이나 일주일 후에 외갓댁에 다녀왔었다. 아픈 이후로도 맏며느리의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 처음 암을 발견하고 수술하고, 항암을 하고 정확히는 기억 나지 않지만 잠시 제사를 다시 할머니댁으로 가져갔었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회복이 된 후로는 엄마가 다시 제사를 집으로 가져오겠다고 했다. 맏며느리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엄마는 그 역할을 다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전이가 된 후로 항암을 하면서도 생각보다 엄마는 건강하게 잘 지냈고 제사는 계속 집에서 지냈었다. 암환자였던 엄마는 그렇게 맏며느리의 역할을 쉽사리 내려놓지 못 하다 항암 약을 바꾸는 주기가 빨라지고 컨디션도 왔다갔다 하면서 제사를 작은집으로 옮겨가기로 했다. 연휴에도 가게를 하느라 쉬지 못 하시는 작은 엄마였지만 누구보다 엄마 걱정을 많이 하셨기에 흔쾌히 엄마가 짊어지던 제사란 무게를 대신 들어주셨다. 

2017년 추석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작은엄마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시는 지역에 살았기 때문에 우리는 몇년전부터는 다시 명절에 시골에 가기 시작했다. 

시골에서의 명절은 여유가 있었다. 물론 작은엄마의 가게가 바쁠때는 잠깐 서빙 알바를 하기도 했지만 저녁에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회나 대게를 사오거나 밖에서 불을 피워 고기를 굽고 다 같이 둘러 앉아 가볍게 술을 한잔하기도 하고 제사를 지낸 다음에는 급하게 시골에 와야하는 상황도 아니다보니 확실히 여유가 있었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여기저기 근처를 구경다니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즐거웠다. 명절이 다가오면 이번에는 시골에가서 뭘 할까를 고민했었다.

2018년 추석 제사를 지내고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와 미시령 옛휴게소

재작년 시골에 내려가기 전날 엄마가 응급실이라고 연락이 왔다. 퇴근을 하고 엄마가 있는 병원에 갔다. 엄마는 벌써 낮부터 병원에 와서 있는데 수혈을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때는 한참 테니스에 빠져 있었어서 동호회에 가기로 되어있던 날이었는데 나는 아빠가 올 때까지만 자리를 지켰다. 지금 생각해보면 철이 없었다. 엄마는 수혈을 하고 새벽 4시가 다 돼서 집에 왔다. 아빠는 엄마가 아파서 시골에 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엄마가 그러면 마음이 더 불편하다고 다녀오라고 아빠를 설득해 처음으로 명절에 엄마 없이 시골에 가게 됐다.

2019년 추석 - 바다에서 올라오는 달을 보면서 엄마 더 오래 살게 해달라고 소원 빌었었는데..

추석에 제사를 지내고 바로 집으로 올라왔다. 엄마가 응급실에 가서 시골에 가지 못 하니 모두들 걱정하고 집에 찾아 오셨다. 수혈하고 컨디션이 조금 나아진 엄마와 엄마를 보러 찾아온 친가 식구들과 을왕리에서 바다를 보고 조개구이를 먹었다. 엄마가 먹고 싶다고 했는데 엄마가 통 먹지 못 했다. 

 

을왕리에서 엄마 뒷모습 - 노을지는 풍경

엄마는 당시 맞던 항암제를 많이 힘들어 했었다. 늘씩씩하고 건강하게 잘 치료 받던 엄마가 그 당시 쓰던 항암제 이후 이제는 못 이겨 낼 것 같다고 했고 더 이상 항암 치료하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먹지도 못 하고 기력도 없어하고 살도 많이 빠졌다. 그때 처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년 추석엔 엄마가 있을까?", "다가오는 설에는 엄마가 있을까?" 겁이 났다.

항암 할 때마다 수혈을 해야했었고 항암제도 금방 내성이 생겨서 약을 바꿔야하는 상황이 됐다. 

다행이 약을 바꾸니 먹는 것이 조금 나아졌고 기력도 조금 다시 찾았다. 그리고 설날까지 엄마가 곁에 있었다.

2020년 설날 - 엄마 다리 배게

설날엔 오히려 살이 쪘고, 건강도 많이 나아진 것 같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부었던 것 같다. 설날에 엄마랑 다시 시골을 찾으면서 "설날까지 엄마가 살아있다. 다행이다. 추석엔 엄마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나도 괜찮을거라고 엄마 앞에선 얘기 했지만 엄마의 부재에 대한 생각이 한번 난 뒤부터는 머릿속으로 자주 그런 생각을 했었다.

엄마는 정말이지 자주 항암약을 바꿔야 했고 2020년 8월 우리는 항암을 중단했다. 더 이상 엄마 몸으로 버틸 수 있는 약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다가 온 추석을 앞두고 엄마는 다시 응급실에 있었다. 추석이 불과 2주 남아 있었고 이번에도 엄마는 시골에 가지 못 했다. 

응급실에서 잠시 산책 나와서

당시 엄마가 요양병원에 있었기에 엄마는 아빠가 걱정한다며 응급실에 있는 것을 말하지 말라고 했다. 일단 아빠에게는 말하지 않고 밤새 엄마와 응급실에 있었다. 엄마는 밤새 추워했고, 열이 올랐다. 발이 너무 시리다고 해서 만져보니 얼음장 같아서 손으로 만져주다 엉덩이로 엄마 발을 깔고 앉고 밤새도록 엄마 곁을 지켰다. 다행이 새벽에 열이 떨어지고 아침엔 엄마와 응급실 앞에 잠시 산책을 나가 도란도란 얘기를 했었다. 기억 나는 대화는 "추석 때마다 응급실 오는게 연례 행사가 됐네?"라고 말 했던 기억이 난다. 날이 너무 좋아서 엄마랑 같이 하늘을 보고 엄마가 머리가 빠진다는 그냥 일상적인 얘기를 했다. 그날 봤던 맑은 하늘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우리는 응급실에 있었지만 그렇게 슬퍼하진 않았다. 오히려 웃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었다. 

 

벌써 1년이나 된 이야기다. 엄마에 대한 기억은 정말이지 생생한게 많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암환자가 명절마다 음식하는데 딸이라고 음식도 못 한다고 돕지도 못 한 것 같아서 정말이지 죄송한 마음이 많이 든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니 작년, 재작년 응급실에 갔던 기억이 났고 생각 난 김에 사진을 찾아보니 그래도 시골로 제사를 옮겨간 후로는 좋은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역시 명절엔 시골에 가야 맛인데 코로나로 가족들 다 같이 모이기 쉽지 않다. 한편으로는 엄마가 이런 흉한 세상을 안 보고 간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엄마는 없지만 가족들 다 같이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갖고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명절이 빨리 다시 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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